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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닌 거/해외

인도네시아 토바 호수 여행기 3: 툭툭 마을에서의 일상

by 릭모티 2021. 7. 23.

어젯밤도 랜당에 밥 비벼먹고 숙소 가서 맥주 큰 병까지 비웠는데 일어나자마자 또 뭐가 당긴다.
사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이다.

섬마을이라서 어딜 가든 대부분 멋진 호수 뷰다. 근처에 가까운 데 아무 데나 갔다. 비수기라 손님은 또 나밖에 없었다.
친절한 주인이 맞아준다. 인도네시아엔 친절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 아주머니도 그중 하나.
친절하고 가식 없는 미소가 좋아서 자주 왔다. 2주간 이틀에 한번씩은 방문한 듯ㅎㅎ
내가 시킨 건 아침식사세트로 과일+차 or 커피+과일 주스로 구성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커피 향 너무 강렬해서
차를 더 자주 마셨다. 과일은 파파야랑 바나나. 파파야는 감 맛이 난다. 약간 쿰쿰한? 감 맛. 달고 부드러운 식감이다.
바나나는 어디서 먹든 맛이 똑같다.

이건 같은 식당에서 먹은 나시고랭. 일반 볶음밥이랑 다른 점? 간이 더 세고 살짝 달달했다.
나시고랭 포함 동남아 쪽 볶음밥이 너무 좋다. 볶음밥은 역시 안남미다. (안남미: 찰기 없는 베트남 쌀)

역시 같은 식당에서 먹은 치킨라이스. 진짜 치킨이랑 라이스만 나온다. 치킨이 반찬이라니, 치밥의 원조인가.

 

툭툭 마을에서의 점심 일과는 2개밖에 없다.
1. 마을 구경, 호수 구경 2. 숙소 테라스에서 맥주 마시기
오늘은 마을을 둘러봤다. 작은 선착장이 있길래 가보았다. 판두 레이크 사이드. 아마 뒤에 있던 같은 이름을 한 숙소의
선착장일 것이다. 배편을 서비스하는 숙소가 꽤 있었다.

물은 이 정도로 맑다. 앉아서 구경을 하다 보면 종종 아쿠아리움에서나 볼법한 파랑, 노랑의 이국적인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녔다. 수영은 안 했다. 수영도 못하고...... 비수기라 노는 사람이라곤 현지인밖에 없어서 사렸다.
또 수초가 무서워서 엄두가 안나기도 했다. 다음번에 가면 꼭 튜브를 챙겨갈 것이다.

빈 땅 라들러(라들러: 레모네이드 등을 혼합한 맥주). 그냥 빈 땅보다 더 많이 마셨다. 숙소 테라스에 앉아
호수 바라보면서 마시면 안주가 따로 필요 없다. 경치가 안주다.

밤 되면 돌아다닐 수 없으니 숙소에서 과자를 까먹으며 노래 듣고 쉰다 ㅎㅎㅎ 트렌즈 치즈맛
뽀또 비슷한 맛. 맛없을 수가 없는 조합. 탄수화물+치즈

맨날 맥주 마시며 동네 구경이나 다니다 보니 심심해서 조금 더 멀리 나가보기로 하고 자전거를 빌렸다.
차 통행량이 적어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탔다.
차가 오면 옆길로 빠졌는데 무성한 수풀 지대이다 보니 체인에 풀떼기가 많이 꼈다. 중간중간 멈춰서 풀떼기 제거했다.

귀여운 스펀지밥 아이스크림(맛은 평범했다) 먹으면서 한 숨 돌리고.

꽤 멀리 왔다.
툭툭 마을은 거의 관광지라 관광객을 위한 숙소나 먹거리가 많은 반면에 토목 마을은 민가밖에 없다.

토목 마을 근처에 이렇게 작은 시장도 있었다. 진짜 작았다. 보이는 게 거의 전부였다. 마음에 드는 물건도 없고 티셔츠나 하나 살려고 했는데 바가지 느낌이 커서 그냥 안 샀다. 근처에 사원 같은 건물이 있었는데 현지인들이 꽤 많았다.
딱히 구경거리는 아닌 것 같아 패스.

차량이 적다 해도 도로가 좁으니 위험할 수 있다. 혹시 자전거 타시려면 조심하세요.

마무리는 빈 땅 다음으로 많이 마신 아보카도 초코 셰이크. 리치한 달콤함.

툭툭 마을에서의 2주는 오늘의 반복이었다.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하고 가끔 자전거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호숫가에서 물고기나 가재 등을 잡는 마을 사람들을 구경했다. 한국 사람은커녕 여행자 자체를 거의 못 봤다.
많아봤자 열 명 이내?

하루는 자주 가던 식당 직원이(이름이 기억 안 난다) 오토바이 태워줘서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 우체국에 갔다.
나 자신이랑 친구들한테 엽서도 부쳤는데 그 뒤가 기억이 안 나네. 잘 받았다는 인사를 들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먼 타국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감상에 젖어 편지를 쓰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자전거가 아니라 스쿠터를 빌리면 섬을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나는 옛날에 친구 아빠 스쿠터로 운전 연습하다가 사고 날 뻔한 기억이 있어서 자전거로 만족했다.

천혜의 경관이라고 하기엔 소박했지만 먹고, 마시고, 쉬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혼자보다는 둘이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경치 말고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어서 막바지엔 심심했다.

툭툭 마을에서의 나날은 끝, 마지막 편은 메단 시내 구경기를 업로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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